『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는 오늘날 오스트레일리아의 가장 중요한 소설가 피터 케리에게 두번째 부커상을 안긴 기념비적 작품으로, 영국의 식민지배에 항거한 전설적인 민중 영웅 네드 켈리의 파란만장한 삶을 재현해낸 역작이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구두점을 생략한 채 거칠게 써내려간 열세 통의 편지를 통해 경찰과 사법조직이 부패한 19세기 오스트레일리아의 현실과 폭압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하층민의 삶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부커상을 두 번 수상한 네 명의 작가 중 하나인 피터 케리는 국제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은 오스트레일리아 작가로, 대부분의 작품이 영미권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거나 후보에 올랐다. 첫 장편소설 『더없는 기쁨』부터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사기꾼』, 부커상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마일스 프랭클린 상을 동시에 수상한 『오스카와 루신다』 등 주요 작품에서 그가 천착한 주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와 정체성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분투한 초기 정착민의 삶, 광활한 대지의 신화적 세계에서 유리된 현대 도시인의 공허함을 두루 그려온 그는 국가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오스트레일리아 훈장을 수훈했다. 이런 그가 국가적 아이콘 같은 인물인 네드 켈리에 주목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인이라면 누구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네드 켈리의 짧고도 격렬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고, 2000년 시드니 하계 올림픽 개막식 때는 경찰에 맞서 스스로 만든 철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그의 상징적인 모습이 무대 중앙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진실과 정의를 부르짖으며 남긴 편지 ‘제릴데리 레터’를 접한 피터 케리는 어법이 부정확한 편지 속 날것의 목소리로 그 삶을 재구성하기로 결심하고 2000년 일곱번째 장편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