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미국인들이 패스트푸드를 사먹는 데 쓴 비용은 1100억 달러, 미국의 아주 평균적인 날 성인의 4분의 1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을 찾으며, 또한 이들은 일주일 동안 햄버거 세 개와 프렌치 프라이 네 개를 먹는다. 이제는 미국 뿐만 아니라, 동유럽의 한적한 마을에서부터 중국의 대도시, 고갱의 섬 타히티까지 패스트푸드 점이 들어서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책은 미국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패스트푸드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다루고 있다. 2년 여에 걸친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통해 이 책은 패스트푸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 맛의 비밀은 무엇인지, 또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패스트푸드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우선 패스트푸드 산업 안에서는 엄청난 노동 착취가 일어난다. 이들은 법정 노동 시간을 어겨가면서까지 어린 학생들을 고용하여 낮은 임금으로 부려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당한 해고를 일삼으며 사고와 재해에는 슬쩍 눈을 감는다. 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한 이 분야의 기업인들은 공개적으로는 자유시장 제도를 지지한다고 천명하고, 뒤로는 의회와 백악관 내부 세력과 손을 잡고 각종 지원을 얻어낸다. 이러한 정치, 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패스트푸드 산업은 이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과 어린이의 4분의 1정도가 비만이나 과다 체중 상태에 있다고 한다. 1984년과 1993년 사이에 영국의 패스트푸드 점은 거의 2배가 증가하였고, 성인의 비만율 역시 2배가 증가하였다. 반대로 패스트푸드에 비교적 적은 돈을 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비만은 별로 심각하지 않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이 될 9장 ‘햄버거 고기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를 보면 더 이상 패스트푸드를 입에 대고 싶지 않을 정도이다. 햄버거의 고기 속에서 종종 검출되곤 하는 각종 세균(특히 이콜리 0157)은 현대의 패스트푸드 산업이 초래한 대규모의 가축 사육과 도축, 그리고 가공과정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라는 논지가 설득력있게 펼쳐진다. 그렇다면, 패스트푸드의 제국(Fastfood nation)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소불위의 돈과 권력을 가진 맥도날드이고 KFC이고 피자헛이긴 하지만, 역시 소비자의 선택은 소비자의 의지에 달려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유리문을 열고,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안으로 걸어들어가 줄을 서서 주위를 둘러볼 것이다… 그 음식들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패스트푸드 음식을 하나 살 때마다 그 이면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또 이 음식이 만들어내는 길고 짧은 파급 효과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런 다음 주문을 하라. 아니면 돌아서서 매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 - 정선희(2001-08-14) |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