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의 천문학자 어거스틴은 북극 기지의 천문대에 남은 마지막 연구원이다.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연구자들에게 모두 철수 명령이 내려지지만 어거스틴은 이를 거부하고 고집스레 북극에 홀로 남는다. 그리고 모두가 떠나간 황량한 그곳에서 수수께끼의 어린 소녀 아이리스를 발견한다. 예기치 못하게 어린 소녀를 돌보게 된 어거스틴은 북극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 나날이 쇠약해지자 아이를 위해 바깥세상과 연락을 시도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응답은 없다.
한편 목성에서 지구로 귀환 중인 우주선 에테르 호에는 통신전문가 설리가 타고 있다. 에테르 호의 임무는 성공적이었고, 마침내 설리는 자신이 치러야 했던 희생에 보상을 얻는 듯했다. 하지만 갑자기 지구 관제소와 연락이 두절되면서 설리는 물론 대원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어거스틴과 설리는 각각 북극과 우주라는 혹독하고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절망적인 앞날을 예감하며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복잡한 내면과 마주한다. 그리고 마침내 북극의 어거스틴과 우주의 설리는 짧은 순간 교신에 성공한다. 북극에 고립된 천문학자와 지구로 귀환 중인 우주비행사라는 두 아웃사이더가 생의 종착지를 앞두고 지난날의 사랑과 회한에 대해, 나아가 인간의 삶과 고독에 대해 우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