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쟁이 구보씨의 영화구경 - 딥 임팩트


구보씨도 한국 사람이라 가끔씩 조국을 생각할 때가 있다. 조국을 생각할때마다 한숨만 나오기는 하지만 의무적으로 하는건지 아니면 남들 다 하니까 하는건지 아 님 어려울때만 되면 모두 애국자가 되는 한국인의 핏줄을 타고 있어서 그런건지 하 여튼 구보씨도 조국을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조국이 요즘 심상치가 않다. 구보씨가 알던 예전의 그 조국과는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 되었지만 그래도 요즘의 조국은 심상치가 않다. 거산 어르신께서 자신의 타고난 재능이라는 정치가 거짓 재능이었음이 드러나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한 조국 이 이젠 갈데까지 다 갈것같은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국이 충격을 받았어. 그것도 깊은 충격을.

조국뿐만이 아니다. 그 조국의 자랑스런 국민인 구보씨 역시 깊은 충격을 받았다. 조국의 충격으로 인하여 받은 실업의 충격과 그 실업에 이은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받은 물리적인 충격에다 그에 이은 실연으로 심신의 충격까지 받아 구보씨 역시 조국과 함께 종합적인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이 쯔음에서 구보씨는 또 할리우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혹시 할리우드는 FBI나 CIA를 능가하는 정보 집단이 아닐까?

할리우드의 정보수집력은 웬만한 미국 정보기간을 능가하는것 같어. 그리고 그 환란을 이겨낸 후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까지 다 가르쳐 준단 말여. 어떻게 머나먼 바다건너서 조그만 변방의 나라 조선의 일어나는 일까지 그렇게 한방에 알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충격을 액션 으로 각색해서 보는 사람 표 안나게 잼있게 만들어서 부가가치 까지 창출하면서 말야. 구보씨가 오늘 본 영화는 <딥 임펙트>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당연히 충격에 관한 영화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일 어날 수 있는 사건을 그린 영화인데 영화 내용은 그저 그랬다.
2년전 비더만이라는 소년이 혜성을 하나 발견하고, 그 혜성에 대한 보고를 받은 울프 박사가 그 혜성의 궤도를 추적해서 2년후 그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미국에서는 러시아와 합동으로 '메시아'라는 우주선을 제작해서 특수 훈련을 받은 특수 대원을 특수 우주선에 태워서 그 혜성을 요격하러 보내는데, 혜성을 박살내려던 그 작전이 혜성을 두 동강내는 절반의 실패로 돌아가고 말자, 지구에서는 패닉 현상 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후에는 뻔한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위기의 상황속에서 일어 나는 따뜻한 휴머니즘과, 좀 특이한 점이라면 혜성이 반으로 쪼개져서 그 작은 조각 이 지구에 떨어져서 미국 동부가 작살나고 남은 큰 혜성은 메시아호 특수 대원들의 살신성인 정신에 힘입어 메시아호와 함께 작살난다는 것 정도.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종말을 인간의 힘으로 비켜간다는 건데. 인간은 자신들의 능력으로 20세기판 노아의 방주를 건설하고 신이 예정하였을 지도 모르는 종말을 벗어나려 애쓴다.

바야흐로 세기 말이구나. 세기 말이야.
구보씨도 세기말을 느낀적이 있었다. 그게 벌써 3년전의 일이다. 3년전이라면 구보씨 머리에 실로 소똥도 벗겨지지 않은 때지만, 그리고 세기말이 별루 가까워 지지도 않았지만, 구보씨는 그때 세기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었다. 구보씨는 그때 사귀는 여자가 있었는데, 결혼 할 뻔한 사이였다. 그때 구보씨는 어려서, 당장에 결혼을 할만한 처지는 못 되었고, 그래서 나중에 결혼하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1999년에 결혼하면 세기말에 결혼하는 것이고, 2001년에 결혼을 하면 10년 연애해서 결혼하는 커플이 된다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었던 것이다.

세기말이라니까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오르는군. 제기랄.
하여튼 여자라는 동물들은 믿을만한 짐승이 못돼.
구보씨는 심성이 삐뚤어졌나 보다. 말을 이렇게 막 하다니. 자칭 참되고 바르게 사는 사람이라더니 누구 말대로 안참되고 안바르게 사는 사람인가 보다. 그리고 구보씨는 바보같다. 이미 3년전에 여자라는 존재의 진리를 파악했으면서도 또 두눈 멀쩡하게 뜨고 당하다니. 빌어먹을.

각설하고,
세기말이 되면 종말론이 대두된다더니 정말 이번 세기말에도 종말론이 나오는것 같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언론매체인 할리우드를 통해서. 항상 세기말에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느니 누구의 예언을 들으면 언제 무엇이 어찌되고 하는 그런 소리들이 많이 들리는데, 이번 세기말은 세기말뿐이 아니고, 1000년이 끝나고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1900년대가 시작되던 세기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메가톤급 소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벌써 종말의 징조는 다가오는 것이라 고, 성경이나 노스트라다무스같은 잘난 예언자들이 예언한 2001년이라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다가오기 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그 징조가 여러군데서 드러나고 있다느니 그 징조가 바로 밀레니엄 버그라느니 하는 말은 구보씨도 신물이 나도록 들어오던 터였다.

몇년전 목성이 슈나이더-레비 혜성과 충돌하여 장엄한 우주쇼를 보여주더니, 그 우주쇼를 지구 버전으로 재 편집한 영화? 그럼 영화를 보자.
미국 MSNBC의 여성기자 제니 레너는 재무장관의 사임을 조사하던 중 'ELE'라는 이름이 그 사건에 관련되었음을 알게된다. 단순히 재무장관의 스캔들정도로 생각 하던 제니는 그 엘리라는 이름이 여자 이름이 아니라 'E.L.E.(Extinction Level Event)'라는 것을 알게되고 더이상 비밀을 숨길 수 없음을 알게된 미국 정부는 대통령의 특별 담화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다. 크기가 뉴욕시만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으며, 무게는 5천억톤으로 추정되고, 지구와 충돌할것이 확실하 며, 그 혜성을 파괴하기 위해 폭격우주선 메시아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전역한 우주비행사 키니를 단장으로 인류의 종말을 피할 대 폭격을 감행한다는 것.

여기까지 영화를 본 구보씨는 감탄한다. 죽이는 이야기야.
하지만 여기서 구보씨는 약간 어정쩡함을 느낀다. 어마어마한 액션을 기대하고 왔던 할리우드 키드 구보씨는 ELE만을 쫓는 약 20분간의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물론 그 ELE가 뭔지 알고 영화를 본 구보씨는 지루함을 참을 수 있었지만, 다른 사 람은 지루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주선이 출발하기 직전, 구보씨는 또 충격을 받았다. 이럴수가.
그때 받은 충격이 이 영화를 보면서 받은 가장 깊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럴수가. 이런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다니. 구보씨가 철들고 영화를 보면서 받은 충격중에 가 장 커다란 충격이었을 것이다.
단장 키니가 우주선이 출발하기 전에 단원들과 한마디 하는 장면에서, 필름이 그만 끊어져 버렸다. 필름이 끊어지고 직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메시아호가 발사 되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럴수가. 과연 깊은 충격이로군. 제일극장이 어제까지 수리중이더니 공사 헛 했구 만. 영화는 그래도 계속된다. 혜성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메시아호는 무사히 혜성에 착륙한다. 그리고 해가 뜨기 전까지인 7시간동안 작업을 완료해야하는데 실패하고 만다. 거기서 한명이 죽고 한명은 태양을 정면으로 보고 말아서 실명한다. 그리고 혜성을 폭파시키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혜성은 두 조각이 나고만다.
그 사실이 발표되자 세계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무정부 상태가 되는건 당연하 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하다. 미국시민은 폭동을 일으켰다는 기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당연하지. 미국 영화니까.
두 조각난 혜성은 전혀 궤도를 바꾸지 않고 지구로 날아온다. 이것도 이상하다. 그정도 폭발에도 궤도가 전혀 바뀌지 않는다니. 이해하자. 해일이 뉴욕을 휩쓰는 스펙타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혜성이 반드시 지구와 충돌 해야만 할테니까.
그 후로부터는 휴머니즘만이 이어진다. 혜성폭발에 실패했다는 발표가 나고 정부 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200만명이 살 수 있는 지하도시를 건설했으니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발표하고 그 명단을 발표하는데고 미국 시민들은 의연하다. 심지어 살아남을 사람들을 축복하기도 하고 혹시 자기가 그 명단에 들어갈 수 있을 까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의연히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바로 미국 사람들인가 보다. 처음 몇 장면은 그래도 볼만하더니 나중에는 좀 심한 정 도까지 이어진다. 명단에 포함된 제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별한 아픈(?)과거를 가지고 있는데 경쟁하던 여성앵커에게 자신의 생존을 양보하고 '언제나'보고싶던 아버지와 함께 장렬히 해일을 맞는다.
자신의 생명을 양보하고 어머니와 이혼한 채 다른 여자와 결혼한 아버지와 함께 해일을 맞아 죽는다? 에잇! 이런 트루라이즈! 참되고 바르게 사는 구보씨도 그렇 게 까지는 못하겠다. 혜성이 온다면 살 수 있는 환경이 보장이 되는데 아버지를 찾아가? 이게 가족주읜가?

사람들은 작은 혜성이 대서양에 떨어지면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 동부 해안에서 최대한 멀어지려 자동차를 몰고 길을 나선다. 차가 막혀서 꼼짝도 할 수 없는것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그런데 오토바이는 하나도 막히지 않는다.

뭐야 이거? 메시아호의 계획은 실패했고 혜성 두개가 날아와서 하나는 대서양을 작살내고 그 세시간후면 전 세계가 작살날껄 아는 사람들이 도망은 왜 가나?
마지막에 메시아호의 승무원들이 장렬하게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 혜성을 작살 낼껄 다들 알고 있단 말인가? 그럼 그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다 읽었단 말여? 에이 영화 망쳤네.
차라리 스펙타클로 승부하고 말지. 어정쩡한 휴머니즘을 부각시키려다가 영화 전체를 망치고 말았잖아. 전에 <피스 메이커>를 볼때는 그래도 그 휴머니즘에 동조가 가기까지 했었는데 거기 재미를 들였나봐.

드라마도 어정쩡하고, 마지막에 이어지는 뉴욕이 해일에 작살나는 장면은 그런 대로 봐줄만 하지만 거기에 경탄할 정도는 아냐. 뭐야 이거?

여하튼 지구는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국회의사당이 작살난 장면 앞으로 대통령이 나와서 다시 인류의 번영을 다짐한다. 영화를 보고 나온 구보씨는 슬프다. 작은 혜성이 떨어졌다. 대한민국에 날아온 혜성이 원래 한조각이었는데 그게 두조각으로 분리되었는지 아님 원래 하나였는지 원래 두개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건 구보씨의 조국 대한민국에 두 조각 중 하나는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슬픈건 대한민국의 나으리들은 메시아호 를 만들 생각도, 200만명이 살 수 있는 지하도시를 건설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지하도시에 전 국민을 넣어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정권을 잡아선 날아오는 혜성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리 싸움만 하지 않는가 말여.
대한민국에는 두번째 큰 혜성이 떨어질것만 같다. 다음달에 개봉한다는 또 다른 혜성등장 영화 <아마겟돈>이 다음달에 있을 실업대란과 함께 찾아오지 않는가 말 이다. 역시 할리우드는 위대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감독에게는 이런 대작영화를 맡기지 말자.
구보씨는 역시 바보인가 보다. 세상에 못 믿을 짐승인 여자가 만든 영화를 또 기대하며 보러 간것을 보면.